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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인생론
2023.12.09 14:57

병헌아 병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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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헌아, 병헌아
| 현대문 | 原  文 |   성서조선 第 112 號 (1938年 5月)
 

3월 3일의 졸업식이 지난 지 겨우 3주일 만에 돌연히 안병헌(安炳憲) 군 별세의 부음을 접하니 5년간 학창생활을 함께 한 우리에게 놀라움이 참으로 컸다.

2학년 말 무렵이었다.    안 군은 담임교사에게 자기의 신앙 입장을 고백했다.    또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학업을 포기해서라도 자기의 신념을 실천하겠노라고 생각을 밝혔었다.    그 단순하고 확고한 신앙을 알고 우리는 매우 부러워했다.

대개 기독교 가정에서 나서 자란 학동들은 신앙이 있다 하여도 형식적이고 껍데기뿐인 경우가 많은 법인데 저 안 씨 가정에는 어떻게 저런 신앙의 아들을 두었을까.


안 군은 입학 당시의 모자, 교복, 구두를 졸업까지 착용했다고 하거니와 그 모자, 교복, 내복, 양말 등이 항상 말할 수 없이 남루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초조한 겉모습 속에 인수봉처럼 우뚝 솟은 고매한 기품을 지닌 안군을 볼 때마다 먹고 입는 것의 결핍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공자님의 칭찬을 받던 안연(顔淵)을 떠올리게 되었다.    천연스럽고 태연하였다.

안 군은 50~60명 같은 반 학우 중에도 가장 가난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백 원이나 되는 학급비를 맡는 회계는 언제나 안 군이 뽑히는 것을 보고 또한 신기하였다.    예수쟁이에다 고집불통인 안 군에게 사람마다 호감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금전을 저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는 신임을 줌에는 모두가 일치하였던 모양이다.

작은 일에 충실한 자는 큰 일에도 충실하다.    가난하면서도 오히려 타인의 금전을 맡는 신임을 볼 때에 불우한 시대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보는 느낌이었다.    50명의 신임은 곧 전국민의 신임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음악에 관한 소양이 없는 우리는 안 군의 음악적 기능이 어느 쯤인지는 평할 수 없으나 악기를 휴대한 군을 볼 때마다 가슴 속에 반석 같은 개혁적 신앙을 가지면서 능란한 음악으로 어린이 찬양을 인도하던 광부의 아들 마틴 루터의 풍채도 저렇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음악으로 위로 하나님을 찬송하고 아래로 아동을 순화하는 일은 부러운 일이다.


안 군은 진심으로 하나님을 두려워했지만 그 밖에는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었다.    학생들 중에는 담임교사의 얼굴이 무섭다고 멀리하기도 했고, 학교가 두렵다, 기타 무엇이 두렵다 하는 이도 있었으나 안 군은 할 말을 하고 행할 것을 행하되 정정당당하였다.

안 군이 정의감에 대하여 예민하게 감응하는 태도는 마치 쇳조각이 자석에 빨려 드는 것 같았다.    양처럼 유순하던 눈동자가 의에 감촉하는 순간에는 사자같이 포효하려는 자태였다.


기독교계는 물론이요 오늘날 인류 사회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안 군과 같은 참 인간인데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났으니 이 무슨 뜻인가.    백이나 천이라도 많다 할 수 없거든 하나마저 떠났느냐.    너와 더불어 할 일이 많은 때에.. ........ 아아, 병헌아, 병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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